나는 배가 고팠고, 그래서 눈 앞에 보이는 김성규의 손을 깨물었다. 앞니를 세워 손가락 끝을 잘근잘근 짓누르듯 깨무니 김성규는내 입에서 제 손을 빼내려는 듯 꼼지락 거리다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말 없이 내 머리에 내려앉는 김성규의 시선을 느끼며 이번에는 혀로 김성규의 손가락 끝을 살살 핥아올렸다. 조금 더 짙어진 김성규의 시선이 내 머리를 지나 발 끝으로 떨어졌다. 이상한 전율이 발 끝에서부터 허리를 타고 찌릿하게 올라왔다.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급한 몸짓으로 김성규의 입술을 찾았다. 　입과 입이 맞닿았고, 손과 가슴이 맞닿았다. 그리고 아래로, 아래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추운 날씨 탓에 얼어버린 손바닥 위로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난방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차가운 공기가 맴돌던 방 안은 금새 미적지근한 열기로 가득 차올랐다. 나는 정신 없이 김성규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김성규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인상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금 김성규의 손을 입 안에 물었다. 눈 앞에 잔뜩 붉어진 목덜미와 그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혈꽃들이 보였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 실 없는 웃음을 뱉어내며 체중을 실어 김성규를 침대에 뭉개듯 눕혔다.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본 얼굴이 진달래꽃처럼 붉었다. 이게, 몇 번째 섹스였더라. 남우현X김성규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에 이사를 온 뒤로 나는 옆 집에 살던 김성규와 마치 친 형제처럼 붙어 다녔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이상하게도 접점이라 불릴 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십 년을 싸움 한 번 없이 지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답잖게 형이랍시고 김성규가 조금씩 양보를 해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김성규.˝ ˝….˝ ˝대답.˝ 꼭 기집애 같이 살이 붙어 봉긋한 가슴팍을 핥아올리다 약하게 깨무니 그제야 힘 없는 목소리로 왜애, 하고 대답한다.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영혼 없이 쓰다듬던 김성규가 느닷없이 웃음을 팍 터트렸다. 김성규는 그랬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혼자만의 생각에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몇 번 그런 광경을 목격했을 적에는 뭐가 그리 재밌냐 물음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실 없어 세 번 만에 그만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이제는 아예 눈가에 눈물을 걸친 채 키득거리는 김성규의 얼굴 바로 앞에 내 얼굴을 들이미니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 ˝나 뭐.˝ ˝아직도 열 여덟 같다.˝ 가라앉은 얼굴이 올곧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열 여덟이, 어땠더라. 아득한 기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내 미간 사이를 뭉근하게 짓누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주름 져. 이젠 늙어서 자체 회복도 안 돼. 제 딴엔 농담이었는지 여전히 푹 가라앉은 얼굴 위로 웃음기가 떠오른다. 그 꼴을 바라보다 나는 그저 말 없이 김성규의 목덜미로 얼굴을 묻고는 혀를 내어 잘 뻗은 쇄골을 한 번 훑어올렸다. 나의, 열 여덟? ˝그래도… 유망주였는데.˝ ˝팔 들어 봐.˝ ˝너, 축구 진짜 잘 했잖아.˝ 고분고분 팔을 들어 올리면서도 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김성규의 티셔츠를 벗겨 낸 나는 말랑한 배 위에 내 손을 얹어 지분거렸다. 차가운 손에 뜨거운 살이 엉겨들었다. 내 손이 차가웠는지 움츠러드는 김성규의 배에 힘이 들어갔다. 눈 앞에 몇 개의 잔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손가락으로 김성규의 배를 간지럽히듯 갉작였다. 그래, 그런 때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이 내 집인 양 학교에서 살던 시절이. 처음 자각하게 된 사랑이라는 감정에 앓던 시절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따라 무서운 것 없이 돌진했던, 그런 시절이. ˝나는 아직도 꿈을 꿔.˝ ˝…….˝ ˝우현아, 너는, 너는 나를˝ 사랑해? 힘 없이 던져진 물음이 귓가에서 바스라졌다. 대답을 바라고 물은 질문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여태껏 내 지시와 행동에 따라서만 움직이던 김성규가 손을 뻗어 조심스레 내 얼굴을 쥐었다. 차가운 손 끝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내 볼을 쓰다듬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틀어 그 손가락을 입에 머금었다. 혀로 느릿하게 그 손가락을 핥아 올리니 움찔대던 김성규가 천천히 내 입 안을 어루만졌다. 뜨거운 혀를 꾹 짓누른 손가락이 내 이빨을 건드리다 부드러운 입 안쪽의 살을 간지럽히듯 매만졌다. 열 여덟의 나는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공을 차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어떤 뜨거운 감정이 나를 온통 감싸안고 있었다. 항상 보는 얼굴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하고,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했었을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말 하나 하나에 가슴이 설레였다. 그래, 열 여덟의 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처음 느껴 보는 감정들에 울고, 웃고, 화가 났던, 내 열 여덟의 풋사랑. ˝아.˝ ˝허리 좀 들어봐.˝ 여전히 입 안에서 머물고 있는 김성규의 손가락을 콱 깨물고는 입을 떼었다. 옅게 인상을 찌푸렸다 핀 김성규의 다 늘어진 회색 츄리닝 바지를 벗겨내곤 요즘 들어 부쩍 살이 빠진 허벅지에 입술을 얹었다. 볼에는 살이 올랐는데 다리는 살이 빠졌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한 손으로는 다른 쪽 허벅지를 지분거리며 입술로 끊임없이 하얀 허벅지를 물고 또 핥으니 부쩍 밭게 내뱉어지는 숨결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허벅지 위의 입술을 옮겨 김성규의 드로즈 위에 입술을 묻었다. 방금 씻고 나와서인지, 아님 유독 공들여 씻은 건지 알 수 없는 바디워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내심 바라고 있었나보지? 이럴 때를 보면 김성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열 아홉의, 김성규와. ˝읏….˝ 혀를 내어 핥아내니 몸을 움찔하며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온다. 슬슬 딱딱하게 크기를 키워오는 김성규를 여전히 드로즈 위에서 애무하니 내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왔다. 살짝 드로즈를 내리고 한 손으로 김성규를 쥐고 천천히 주무르니 금방 손 안에 들어차도록 크기가 커졌다. 십 년을 싸우지 않고 지냈던 우리가 처음 싸웠던 날이 있었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내 온 사랑을 화로 쏟아부었고, 항상 조용하던 김성규는 그에 맞서 처음으로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열 여덟은 폭발했다. 화와 눈물로 얼룩진, 첫 번째 섹스였다. 열심히 손을 놀려 김성규의 사정을 유도하는 동시에 나는 상체를 들어올려 앓는 소리를 내는 김성규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얽어오는 혀 너머로 끙끙거리는 앓는 소리가 먹히듯 뒤로 넘어갔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손이 축축해졌다. 힘이 빠진 듯 입술을 떼어내고 베개에 뒷 머리를 박은 김성규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차가웠던 손 끝에 뜨거운 액체가 얽혔다. 진득하게 늘어지는 정액이 덕지덕지 묻은 손을 떼어내곤 침대 옆 콘솔에서 화장지를 뽑아 대충 손을 닦아내었다. 한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채 밭은 숨만 몰아쉬는 김성규를 내려다 보다 콘솔 위에 놓인 바디 로션을 집어들었다. 꼭 생크림을 바르는 것 같은 냄새가 나는 이 바디 로션은 내가 김성규에게 선물로 주었던 것이었다. ˝다리 벌리고, 허리 들어.˝ ˝…싫어.˝ 김성규는 내 강압적인 태도를 싫어했다. 거의 강간 수준으로 제 아다를 따였던 그 여름 날이 계속해서 생각난다는 이유였다. 섹스를 하는 내내 계속해서 울음을 토해내 짓물린 눈가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내 이름만을 연신 부르던 김성규가 까무룩 정신을 놓을 무렵에 나는 김성규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형을, 사랑한다고. 로션을 쭉 짜내 손가락에 대충 문지르듯 바르고는 사정 이후 내내 다리를 모으고 있는 김성규의 무릎을 쥐어 다리를 벌렸다. 다시금 다리를 모으려는 김성규의 모습에 급하게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연신 목덜미며 가슴에 입을 맞춰대니 그제야 힘을 주고 있던 다리에서 스르르 힘을 풀어낸다. 그 모습이 웃겨 바람 빠지듯 웃음을 뱉어내곤 검지 손가락을 조심스레 밀어넣었다. 낮게 신음을 뱉어낸 김성규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왔다. 나는 중지 손가락까지 밀어넣었다. 내 허리를 감싼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약지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김성규의 고개가 뒤로 팍 꺾였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 ˝흐으….˝ ˝나 말고, 딴 새끼 만나?˝ ˝윽, 무슨, 개소리야….˝ ˝이제는 세 개도 쉽네.˝ 느릿하게 손가락으로 추삽질을 하는 나에게 매달리듯 나를 감싼 허리와 팔에 힘을 준 김성규가 짜증을 내듯 힘을 주어 조여왔다. 힘 좀 빼지? 꽉 조여 아려오는 손가락에 되려 더 깊이 밀어넣고는 안쪽의 뜨겁고 말랑한 살덩이를 꾹꾹 눌러대니 신음 소리와 함께 힘이 쭉 빠진다. 그 꼴이 우스워 킥킥 웃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김성규의 미간에 촉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니 고개를 홱 돌린다. 재밌다니까. ˝농담이야.˝ ˝너, 흐으, 너 진짜˝ ˝김성규가 날 두고 누굴 만나. 어? 그럴 리가 없지.˝ 물론, 있어서도 안 되고. 낮게 짓씹듯 말을 뱉어내곤 김성규에게서 손가락을 빼내었다. 급하게 내 바지를 벗어내곤 이미 잔뜩 성이 난 아랫도리를 골에 비비니 자지러지듯 고개를 뒤로 넘긴다. 눈 앞에 길게 뻗은 목덜미를 혀로 핥아내고는 귀두부터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느린 페이스에 더 애가 닳는지 앓는 소리가 커졌다. 중간 쯤 들어갔을 무렵, 나는 두 손으로 김성규의 허리를 붙잡고는 끝까지 푹 밀어넣었다. ˝아!˝ ˝내가 누구 때문에, 읏, 이렇게 됐는데.˝ 퍽퍽 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허리를 세게 움직였다. 김성규는 아직도 꿈을 꿨다. 그 날의 악몽을. 하늘은 미치도록 파랬고, 도로의 아스팔트는 새카맸고, 내 주변은 온통 붉었던, 그 날의 기억을. 뜨거움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소년기의 마지막 날을. 침대 시트를 꽉 붙은 김성규의 손을 잡아 올려 깍지를 꼈다. 다 풀어진 얼굴을 하고서는 내 허리를 감은 다리에서 힘을 빼지 않은 채 내게 매달려 있는 덕에, 나는 깍지를 낀 상태에서 김성규를 강하게 올려붙였다. ˝아, 하으, 읏! 우혀, 흐윽, 우혀나아, 윽….˝ ˝윽, 씨발….˝ 깍지를 풀어내곤 그대로 김성규를 엎어 엉덩이만 치켜들도록 만들고는 그 위로 몸을 겹쳤다. 한 손으로 내 것을 쥐어 김성규에게 맞추고는 처음처럼 다시 느릿하게 삽입하니 밑 입술을 감쳐 문다.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한 손을 뻗어 김성규의 입에 내 손가락을 물리고는 느릿하게 입 안 쪽과 혀를 쓸었다. ˝손, 흐윽, 손 빼애.˝ ˝안 돼.˝ 이거 내 건데, 왜 자꾸 상처내? 내 손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는 김성규의 얼굴을 집요하게 따라가 손가락을 물렸다. 밑으로는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니 앓는 소리를 내며 내 손가락을 잘게 깨물어 온다. 그러더니 이내 콱, 무는데 손이 얼얼해 김성규의 입 안에서 손을 빼내었다. ˝와, 진짜, 존나, 아파.˝ ˝아, 앗, 아파아, 흐아!˝ 괘씸한 마음에 허리를 세게 쥐고 배려 없이 박아 넣으니 두 팔로 받치고 있던 상체가 무너져 내렸다. 내가 박아 올리는 대로 힘 없이 밀려나가던 김성규가 허우적 거리며 한 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허리를 크게 움직여 김성규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대로 안에 파정한 나는 힘이 잔뜩 풀려 엎어진 김성규 위에 누운 채로 그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잔뜩 붉어진 귀가 움찔거렸다. ˝김성규.˝ ˝….˝ ˝대답.˝ 살짝 쉬어버린 목소리가 웅얼이듯 대답했다. 왜애. 베개에 얼굴을 묻은 터라 나는 김성규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방 안의 공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작고 네모난 방 안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머금고 있는 건 김성규 하나였다. ˝너는, 나를.˝ 사랑해? 내 밑에 누워있는 김성규의 등이 작게 떨렸다. 역시나 나 또한 대답을 바라고 물은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눈 앞에 보이는 김성규의 뒷통수에 입술을 묻었다. 어쩐지, 발목이 아려오는 것만 같았다.